‘약체’ KEPCO45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

ㆍ정평호·최석기 각각 서브·블로킹 선두… 상위팀 ‘경계 대상’

[경향신문 입력 : 2010-02-02 18:07:49ㅣ수정 : 2010-02-02 18:07:52]

‘정평호와 최석기를 막아라.’

정평호(31)와 최석기(24)는 프로 2년차 약체팀 KEPCO45의 특급 경계대상이다. 6팀 가운데 5위(7승16패)에 머물고 있는 KEPCO45가 3장뿐인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 그러나 두 선수를 막지 못하면 상위팀이라도 언제 발목을 잡힐지 모른다.

레프트와 라이트를 오가며 뛰는 주장 정평호(31)는 2일 현재 특급용병 가빈(삼성화재)을 제치고 서브 부문 1위(31개)를 달리고 있다. 2년차 센터 최석기(24)는 쟁쟁한 ‘거미손’들을 넘어 블로킹 선두(66개)를 질주하고 있다. 팀 성적은 좋지 않지만 둘의 맹활약은 선수단에 파이팅을 불어넣는다. 덕분에 “올해는 어려울지 몰라도 내년에는 희망이 있다”는 자신감으로 팀 분위기가 아주 밝다.

두 선수 모두 KEPCO45에 둥지를 틀면서 제2의 인생을 꽃피우고 있다.

국내 공격수 중 최단신(1m82)인 정평호는 6년 전 삼성화재에서 이적했을 때만 해도 사실상 은퇴가 머지않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KEPCO45가 프로로 전환하고, 강만수 감독이 부임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평호는 “삼성화재에서는 김세진, 신진식, 석진욱 등과의 경쟁에서 밀려 뛸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주전으로 뛸 수 있는 KEPCO45로 옮기길 정말 잘했다”면서 “‘강력한 서브만이 살 길’이라는 감독님의 주문에 따라 서브 연습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정평호는 “국내 선수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서브 1위를 목표로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석기(1m98)는 한양대 재학 때 진상헌(대한항공), 신영석(우리캐피탈) 등에게 가려 알려지지 않은 탓에 2라운드 2순위로 KEPCO45에 지명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명문 구단에 지명되지 못한 실망이 컸지만 프로에서 기량을 활짝 꽃피운 케이스다.

최석기가 현역 최고의 블로커로 평가받았던 윤봉우(현대캐피탈), 고희진(삼성화재)을 앞서는 블로킹 능력을 발휘한 데는 ‘원조 거미손’ 방신봉(35)의 ‘특급 레슨’이 있었다.

최석기는 “신봉형이 경기나 연습 때 옆에서 자세하게 알려준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KEPCO45 강 감독은 “평호는 팀내 최고참이지만 연습할 때 꾀를 안부리는 데다 감독-선수, 선수-구단의 의사소통 가교 역할을 하고 있고, 판단력이 탁월한 석기는 우리 팀의 분위기 메이커”라고 치켜세웠다.

김창영 기자 bodang@kyunghyang.com

by 다정다솜 2010. 2. 3.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