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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세트] 가능성확인한 올스타, 어께 무거워진 kovo
[스포츠서울 10/02/08 11:16 입력 : 10/02/08 11:16 수정]
다양한 스포츠 현장을 누비면서 배구 선수를 보고 느낀 점이 있다면 바로 착한 심성이다. 키는 멀대같이 크지만 마음은 비단결처럼 보드랍기 그지없다. 여자는 말 할 것도 없고 남자 선수도 마찬가지다. 팬들의 사진촬영이나 사인 요청에 낯을 붉히며 거부하는 배구 선수들의 모습을 별로 본 적이 없다. 천정부지의 몸값 때문인지 팬 알기를 우습게 여기는 일부 인기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안하무인격 행동은 적어도 배구판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프로배구 2009~2010시즌 V리그 올스타전이 팬들의 넘치는 사랑속에 지난 7일 막을 내렸다. 4200석의 장충체육관을 가득메워 결국 입석표까지 팔아 성황리에 마친 올스타전에서 선수들은 팬과 하나가 됐다. 올스타전이 끝난 뒤 선수들은 몰려든 팬들의 사인요청과 사진촬영을 뿌리치지 않았다. 팬들이 감동하고 돌아설 때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한국에서 팬과 가장 친화적인 스포츠를 꼽으라면 단연 배구를 꼽겠다는 믿음이 생긴 이유다. 올스타전을 통해 배구가 프로 스포츠로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배구 선수들이 태생적으로 심성이 곱고 착한 이유는 배구의 역사성과 무관하지 않다. 여타의 스포츠가 자연과 대결하는 인간의 본능속에서 태동한 반면 배구는 목적의식을 갖고 만들어진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몸싸움이 격렬한 농구의 부정적 기능을 순화시키기 위해 고안된 배구는 테니스의 네트까지 차용해 만들어졌다. 격렬한 몸의 부딪힘을 네트라는 경계선을 통해 차단함으로써 배구는 신사 스포츠로 자리를 잡게 된다. 배구선수가 심성이 착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역사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배구는 요즘의 시대적 흐름과도 부합하는 스포츠일 수도 있다. 농구와 테니스에서 착안해 만들어진 만큼 융합(convergence)과 통섭(consilience)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팬을 하늘처럼 섬기는 선수와 선수를 끔찍이 사랑하는 팬의 높은 충성도까지 더한다면 프로 스포츠로서 배구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토양은 갖춰졌다.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김을 매는 일만 남았다. 국내에서 가장 팬 친화적인 스포츠라는 배구를 경쟁력있는 콘텐츠로 키워내지 못한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어깨가 더욱 무거워진 이유다.
체육1부기자 jhk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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